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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 출신 선박엔지니어가 말해주는 승선 후기
    기타 2019. 9. 20. 22:44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 출신으로 선박엔지니어 생활을 약 4년간 했던 사람으로서의 승선생활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09학번으로 지금은 없어진 선박전자기계공학부에 65기로 입학했습니다. 수시 지원하기 전엔 서울 수도권 대학만 생각하고 있던 터라 사실 친구가 말해주기 전까진 한국해양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아직까지 승선생활을 하고 있고 해영에서 1기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여러가지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을 포기하고 한국해양대 해사대학으로 진학을 결정했죠.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당시까지만해도 학내에서 여러가지 기합도 있었고, 위계가 너무 심해서 1학년 1학기 초에는 적응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답니다. (지금은 이쪽 세계와 완전 연을 끊은 상태라 현재는 어떤 분위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꿈꾸던 대학 생활과는 정반대의 삶이었지만 공부도 열심히 하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2학년까지 무난하게 마쳤구요. 그 후 3학년 1학기에 현대상선으로 실습을 다녀오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현대상선과 지금은 사라진 한진해운이 해운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였기 때문에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실습기관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역시나 실습 기간은 쉽지 않았습니다. 히스테리 가득한 1기사와 소리부터 지르는 2기사, 그들 밑에서 기가 죽어 조용히 있다가 저와 단 둘이 있을때는 온갖 스트레스를 풀어대던 3기사와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쳐갔습니다. 


     당시엔 2G 폰을 쓰던 시기라 와이파이 같은 것은 당연히 생각할 수 없었으니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락을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오직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같이 실습생으로 올라온 실항사뿐이었습니다. 


    (실항사: 실습 항해사 / 실기사: 실습 기관사)

    실항사의 상황도 사실 저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저보다 더 심하게 윗 상사들에게 하루하루 욕먹고, 혼나는 생활을 했었죠. 현대상선의 승무원들 분위기 자체가 권위적이고 엘리트 의식이 강해 다른 회사 사람들을 깔보고 연봉으로 무시하는 것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실습 기간 내내 다시는 이런 회사에 오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6개월을 선박에 갇힌채로 실습생활을 하고 나니 이제는 더이상 공부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말았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매일 술먹고 놀기 바빴죠. 시험이 와도 시험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고, 난생 처음으로 수업도 째며(?) 누구보다 열심히 놀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가 다니던 시절에는 취업 자체가 2학년까지의 학점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4학년 2학기가 되고 저는 일이 적고, 분위기도 비교적 덜 삭막한 회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수소문하다가 알게 된 곳이 바로 '메가라인'이라는 회사였습니다. 신생회사이지만 월급도 나쁘지 않고, 정박도 오래해서 일도 없으며 휴가도 길다는 이야기에 바로 지원했죠. 


     당시 제 친구들은 회사 장학생들을 제외하곤 최소 2~3개의 회사에 자기소개서를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직 메가라인만 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이 회사에 올인을 했죠. 배짱있게 들이밀어서일까요? 어쨌든 합격하고 3기사로서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어쨌든 여기 회사 사람들도 모두 한국해양대학교 혹은 목표해양대학교 출신들이기에 권위적인 분위기는 존재했습니다, 다만 현대상선에 비할바는 아니었죠.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겠지만 중소기업일수록 업무 지식이 깊지는 않습니다. 대기업처럼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해 작업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 직원마다 다뤄야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해운업계는 특히나 중고기업에서 일한 직원들을 대기업에서 뽑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만약 선박 승무원 생활을 오래 할 생각을 갖고 계시다면 가능하면 학점을 높게 받아서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게 좋겠죠?



    꼰대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의 회사 문화는 선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실기사보다는 3기사가 낫고, 3기사보다는 2기사가 낫고, 2기사보다는 1기사, 1기사보다는 기관장이 낫죠.


     한 번은 하루에 5분 기관실에 내려오는 기관장과 4개월 정도 함께 배를 탔던 적이 있습니다. 기관실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상황을 알면서 1기사에게 일을 맡기는 것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면서 데이워크 시간엔 방에서 주식하느라 바빴던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나 혐오스러운 사람을 4개월 정도 보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사람에게만 유독 반항적이고, 깔보는 태도를 취하게 됐습니다. 결국 서로 사이가 안좋아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죠. 



    어쨌든 그렇게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을 졸업하고 4년정도 승선예비역으로 승선생활을 하고 전역기간을 마치는 바로 그 주에 하선을 하게됩니다. 


    4년 동안의 승선생활으로부터 느낀 장단점을 제 기준으로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점>

    1 근무 후 개인 공부, 자기계발 하는 데에는 배만한 곳이 없다

    2 사회 초년생 치고는 급여가 높다

    3 군대를 안가도 된다


    <단점>

    1 상사 잘못 만나면 근무 후 내시간 없다

    2 급여는 높지만 그만큼 일하는 것 같다

    3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군인과 비슷한 삶을 살아야 한다


    뭐, 요즘도 대학 등록금이 비싼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 식비, 기숙사비 등 많은 부분에서 절약할 수 있으니 부모님께서 부담을 덜 지실 수도 있습니다.


    장단점을 적기는 했지만 단점이 더 강해보이는 것 같죠? 이렇게 말은 했지만 저는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에 입학했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젊어서 고생도 하고, 자기계발도 엄청나게 하면서 기관사로서 4년 동안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초년생부터 돈을 많이 벌어서 집을 장만하고 싶다던가, 군대를 가던 해사대학을 가던 군인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면 돈이라도 많이 벌겠다던가 하는 '돈'을 중요시 하는 분들에겐 추천드립니다.


    (요즘엔 사실 돈 벌 수 있는 수단이 많아서 저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이상으로 오늘의 포스팅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 출신 선박엔지니어가 말해주는 승선후기'를 마치도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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